프롤로그

"그러니까, 가능성이란 말이야."

낮고 굵은 목소리, 하지만 절친한 친구를 대하듯 상냥했다.

"그래, 예를 들면 이 마들렌...우리가 보기엔 별 차이가 없을거야. 어떤걸 집던 맛의 차이는 알아채지 못하고, 그렇게 신경쓰지도 않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어떨까? 우리가 이 테이블을 떠나면 웨이터가 이걸 치우겠지. 근데 그 웨이터는 이 마들렌 하나의 차이를 알아채. 그리고 그 비밀을 알아내 세계 최고의 제빵사가 되는거야. 물론 못 알아챌 확률이 99.99999% 겠지만."

테이블위의 마들렌을 가지고 심각한 말을 내뱉던 그는 하나의 마들렌을 집으며 말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떤 가능성에 의해 사건이 일어날때 그 사건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수 있는 범주내에 있느냐 아니냐라는 소리지. 우리가 마들렌을 집는 사건은 그 범주안에 있지 않았지만 웨이터가 마들렌을 집는 사건은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낼수 있는거야. 소년만화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 아닌지는 제쳐두더라도 말이야.'

그리고 마들렌을 입으로 가져가 씹기 시작했다. 그는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듯 눈을 지그시 감고 마들렌이 식도를 넘어가는 순간까지 잠시동안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이윽고 만족한듯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자네는 그 가능성의 범주가 아주 넓어. 그렇기에 나는 자네에게 베팅을 한거지. 높은 확률쪽에 말이야. 물론 리스크가 작은만큼 테이크도 작겠지만 난 이쪽을 더 선호해서 말이지."

그는 이것을 모종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의 장

by 철학자 | 2009/05/23 00:28 | 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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